2024년 개장을 목표로 추진되던 ‘경기 e-스포츠 전용경기장’이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수년째 머물러 있다. 사진은 경기장이 건립되려던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판교1테크노밸리 내 환상어린이공원 모습. 이은진기자
내년 성남에 문을 열 예정이었던 경기도 최초의 ‘e-스포츠 전용경기장’이 개장은커녕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게임산업의 메카라는 장점을 살려 e-스포츠 전용경기장 공모에서 타 지자체를 이긴 성남시는 정작 예산이 부족하다며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도내 처음으로 e-스포츠 전용경기장을 짓겠다며 2019년 1월 ‘경기 e-스포츠 전용경기장 조성 사업’ 공모를 실시했다. 같은 시기(2019년 1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수도권을 제외한 지자체를 대상으로 ‘e-스포츠 상설경기장 구축 지원사업’을 진행한 것처럼, 경기도는 경기도만의 전용경기장을 구축하겠다는 취지였다.
당시 공모에는 성남시와 용인·부천·안산시 등 4개 지자체가 도전장을 냈고, 건축분야 전문가, e-스포츠분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각 지자체의 설계작품을 평가해 같은 해 7월 성남시를 최종 선정지로 발표했다.
공모에서 성남시는 분당구 삼평동 판교1테크노밸리 내 환상어린이공원 6천959㎡ 부지에 건물 전체 면적 8천899㎡,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로 경기장 건립하겠다고 계획을 밝혔고, 이를 위한 사업비로는 도비 100억원과 시비 201억원 등 총 393억원을 책정했다.
2024년 개장을 목표로 추진되던 ‘경기 e-스포츠 전용경기장’이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수년째 머물러 있다. 사진은 경기장이 건립되려던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판교1테크노밸리 내 환상어린이공원 모습. 이은진기자
또 시는 2019년 10월부터 2020년 6월까지 기본 및 실시설계를 마치고, 2020년 7월 착공해 2022년 3월 개관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초 개관하기로 했던 시점보다 10개월 가량이 지난 현재 환상어린이공원에는 ‘e-스포츠 전용경기장’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공모가 마무리 된 지 4년가량이 지났음에도 공사는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성남시는 예산이 부족해 사업 추진이 지연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시설계 용역 결과, 원자재비 및 인건비 상승, 물가 인상 등 영향으로 사업비가 예상(393억원)보다 135억원(건축허가 받은 설계안 기준) 늘어 당장은 민간 등의 도움을 받아도 진척을 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경기도 역시 공모를 통해 선정된 성남시가 사업을 추진하지 않고 있음에도 타지자체를 통한 ‘e-스포츠 전용경기장’ 설립을 검토하는 등의 대책은 전혀 없이 성남시의 사업 추진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경기도와 성남시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정부 공모로 추진됐던 ▲부산(2020년 11월) ▲광주(2020년 12월) ▲대전(2021년 9월) 등 다른 지역들은 이미 경기장을 오픈한 상태다.
더욱이 최근 원자재 가격 등이 크게 오르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사업비가 더욱 증가할 우려가 있고, 해당 사업을 추진했던 경기도지사와 성남시장이 모두 바뀌어 사업 추진에 대한 의지도 확고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사실상 경기도 ‘e-스포츠 전용경기장’ 설립이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시 관계자는 “사업비가 과도하게 늘어난 탓에 설계를 변경해 예산에 맞춰야 할지, 완성도 있는 건물을 짓기 위해 현재 설계대로 예산을 늘려야 할지 등을 논의 중”이라며 “다만 경기장이 건립 되더라도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편익이 얼마나 될지 장담할 수 없어 사업을 전반적으로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성남시에서 내부 검토 중인 만큼 사업 진행 여부에 대해선 시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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