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창피하지만…” 두산 공포의 9번타자, 부활 알린 허경민 FA 책임감 잊지 않았다

[OSEN=대전, 이상학 기자] “9번에서 잘 되고 있지만 계속 9번으로 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두산 주장 허경민(33)은 지난 4일 잠실 KT전부터 9번 타순으로 내려갔다. 그동안 주로 2번에서 5~6번 핵심 타순에 배치된 허경민이지만 6월 이후 타격 슬럼프가 꽤 오래 가자 이승엽 두산 감독이 배려 차원에서 9번으로 내렸다.

9번으로 타순을 조정한 게 통했다. 4일 KT전부터 최근 6경기 타율 4할7푼6리(21타수 10안타) 1홈런 5타점 OPS 1.332로 급반등했다. 시즌 성적도 타율 2할7푼4리(307타수 84안타) 5홈런 35타점 OPS .718로 끌어올렸다.

최근 3경기 연속 장타로 타구의 질이 날카로워졌다. 11일 대전 한화전에는 2회 한승혁에게 시즌 5호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지난달 21일 광주 KIA전 이후 21일, 15경기 만에 홈런 손맛을 봤다. 3회 2사 만루에선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터뜨리며 9번 타순에서 해결사로 나섰다. 무사 만루에서 김인태가 2루 인필드 플라이, 장승현이 삼진으로 물러나 흐름이 끊길 뻔한 상황에서 허경민이 한화 구원 이태양에게 결정타를 치며 팀에 승기를 가져왔다.

경기 후 허경민은 “무사 만루에서 앞에 동생들이 (해결하지 못해) 마음의 짐이 있었을 것이다. 제가 해결해서 그 짐을 덜어주고 싶었다. 동생들은 잘하고 있으니 부담 갖지 말고 지금처럼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주장으로서 후배들부터 격려했다.

9번 타순에서 급반등한 것에 대해 허경민은 “9번에서 잘 되고 있지만 계속 9번에서 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좋은 계약을 한 만큼 (타순) 위에서 부담을 갖고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해 마음의 짐이 있다”며 “9번 타순에서 치는 게 스스로한테 많이 창피하지만 그보다 팀 승리에 보탬이 되는 게 중요하다. 매 경기 어느 타순에서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경민은 지난 2020년 12월 두산과 7년 최대 85억원 조건으로 두산과 FA 재계약했다. 고액 연봉자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잊지 않은 허경민은 올해 주장으로서 선수단 전체를 아우르는 구심점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야구가 잘 안 돼 스트레스를 받긴 하지만 김재호, 양의지, 정수빈 등 선배들과 동기가 분투하면서 5위 싸움을 이끄는 것에 큰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그는 “지금 (김)재호형과 (정)수빈이가 잘해주는 것이 팀에 좋은 흐름으로 이어지지 않나 싶다. 야구는 신구 조화가 잘돼야 좋은 팀이다. 그런 의미로 재호 형한테 주장으로서 감사하다. (양)의지형도 최선을 다하다 다쳐서 빠져있지만 빨리 돌아오는 것보다 치료를 잘하시는 게 중요하다. (홈에선) 야구장에서 치료를 하고 있는데 한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이 크다. 수빈이도 1번타자로서 큰 역할을 하고 있어 보기 좋다. 저도 합심해서 팀 승리를 많이 이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허경민은 올 시즌부터 고글을 착용한 채 경기를 뛰고 있다. 지난해 막판 안구건조증으로 빛 번짐 증세를 보였던 그는 수비할 때 고글을 쓰고 뛴다. “불편하긴 하지만 야구를 하려면 써야 한다.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웃은 허경민은 “타격할 때도 몇 번 써봤는데 아직 적응하기 힘들더라. 내년 캠프 때 써보면서 훈련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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